사진•글 : 이정아 수녀
아무 것도 가진 건 없지만 어서 내게로 오라고 저기 높은 데 서서 저를 부르시는 분…
한 자락 춤이라도 추시듯 가느다란 두 팔을 흔들며 저기 높은 데 서서 저를 눈여겨보시는 분…

당신 앞에 가까이 앉아봅니다.
당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꾹 다물어버린 입은 아예 없습니다.
아무리 사랑한다 말해도 듣지 못하는 저를 두고 침묵하시는 분…
그런데 어제 밤… 당신은 우셨습니다.
퉁퉁 부어 아예 감아버린 눈…
밤새 내리던 비가 그 소리를 멀리 숨겼습니다.
당신의 사랑을 잃어버리고 허둥대는 저를 두고 밤 새 우신 분…
저도 울었습니다.

나만을 위한 헛된 사랑을 쫓다가 지쳐버린 저를 두고 밤새 울었습니다.
저기 높은 데 외로이 서서 무겁기 만한 저의 죄악을 어여삐 안으시고 오히려 저를 위해 춤을 추고 계시는 당신…
얼었던 제 마음이 잔잔히 녹아듭니다.
그리고 당신의 그림자…
당신의 빛을 받아야 보이는 또 한사람…
여기서 당신은 제게 속삭입니다.
나처럼 빈손으로 살아보아라.
나의 빛으로 춤추며 살아보아라.
항상 내 뒤에서 살아보아라.
여기 내 그림자처럼…
< 배론성지 대성당에서 >